누구나 음악 연주회나 가요 콘서트 장에서의 음악은 편하게 즐기지만, 막상 화랑이나 그림 전시회장을 들어설 때에는 왠지 모르게 망설였던 적이 한두 번 쯤은 있으실 것입니다.
그림은 그 목적과 장르를 떠나 단순한 ‘장식’이 아닌, 그 자체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즐길 거리’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절한 음색의 음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작곡가 자신이 애절한 경험을 겪어봐야 하듯, 그림도 그 내부에 그림을 그린 사람의 심정과 사연을 담고 있는 ‘감정의 흔적’입니다. 하지만 정작 두 눈에 명확히 보이는 난해한 형상에 가려 그림이 지니고 있는 숨은 이야기를 지나쳐버리기가 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채우고 있는 그림들은 전시회에서나 볼 수 있는 어려운 그림들이 아닌, 구체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된 ‘쉬운’ 그림들입니다.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석정현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로로 활동하기 까지 그린 총 440여 점에 이르는 갖가지의 그림과 그 그림에 얽힌 친절한 사연들을 통해 그림 지망생에게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일반 독자여러분에게는 좀 더 그림을 쉽게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드리고자 합니다.
■ 이 책의 특징 & 출판사 서평
우리가 어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가 살아온 환경과 과정을 아는 것이 중요하듯,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그림을 이해하고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그림을 구성하고 있는 외적인 시각기호를 분석하기 이전에 작가의 생각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구체적인 정보를 접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림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편하게 그림을 즐기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때문에 대다수의 관객은 어떠한 정보도 얻지 못한 채 ‘공감’이 아닌 주관적인 감상만을 강요받아 왔고, 그림은 그림대로 그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소외시킨 채 ‘특정 계층의 문화’로 취급받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가수와 그의 음악에 대해 자유롭게 감상과 이야기를 나누듯, 관객이 그림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환장’은 그런 그림의 소통적 기능의 측면을 강조한 독특한 화집입니다.
회원 5만 여명의 그림창작카페 ‘방배동 사람들’의 운영자인 ‘석가’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환장’의 저자 석정현은 대학에서 순수 회화와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졸업 후 상업 일러스트레이터와 만화가, 때로는 자유기고가, 컴퓨터 그래픽 강사와 디자이너를 넘나들 정도로 그림에 관해서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열정을 지니고 있으며, 그만큼 다양한 정보를 전달해줄 수 있는 전천후 작가입니다.
‘환장’에는 그런 그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로 데뷔 이후까지 그렸던 회화, 일러스트레이션, 드로잉, 만화 작품 등 총 440여점의 그림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작품 나열에 그쳤던 여느 일반 화보집이나 일러스트 모음집과는 달리, 그림 한 점 한 점마다 달려있는 저자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짤막한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 지망생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좀 더 쉽고 재미있는 그림 감상의 요령을 제공합니다.
76년 서울 출생. 99년 군대를 다녀와 추계예대 서양화과 3학년 중퇴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졸업.
한겨레문화센터 페인터 입문과정 강사, 서울사이버대학교 캐릭터 창작과정 강사,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과 미술해부학 강사, 홍익대학교 계절특강 페인터 인물화과정 강사, 홍대 입필미래그림연구소 게임컨셉아트 과정 강사를 지낸 바 있으며, 영점프 / 계간만화 / 경향신문 ‘FUN’ / 주간 뉴스메이커 / ‘팝툰’ 외 다수 매체 활동을 했다.
2006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 수상, 중국 상하이 ‘D.I.V.A’ 특별전, 프랑스 앙굴렘과 파리 만화페스티벌에 초청되었고, 미국과 일본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는 서울 서초동에 거주하며 2007년 중순 출간 목표로 <괴물>의 외전격 만화작업, 연말 출간 예정인 ‘석가의 해부학’ 기획 중. <월간 ICON>의 외부필자활동과 만화가 거리크로키 모임인 ‘달토끼’의 총무 역할도 겸하고 있다.
공저 외 단독 출간 저서로는 <귀신> <석정현 소품집 - Expression> <석가의 페인터 8.0> <석가의 실전! 페인터 9> 가 있다.
1. 연습장 - 초․중․고교를 지나 대학과 군대를 거치는 동안의 수작업을 추려놓은 장입니다. 지금 보면 무지 부끄럽고 한심한 그림들이 대부분이지만 용기를 내어 수록합니다. 출발했던 지점의 좌표를 잃어버리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의 좌표도 찍을 수 없겠지요.
2. 낙서장 - 작업의 계기가 된 낙서 모음 입니다. 밀도 있고 거창한 완성작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같은 목적을 가진 입장의 사람들이라면 치장된 모습보다는 너저분한 평소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을 더 재미있어 하는 법이죠.
3. 도 장 - 학창시절과 평소에 틈틈이 연습했던 드로잉과 크로키를 모아놓은 장입니다. 여러 가지 방식의 누드 크로키와 잡지떼기 드로잉, 필자의 학창시절 해부학 노트 등을 선별해 수록하였습니다.
4. 환 장 -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사연을 담고 있는 완성작들과 게임 프로젝트 외주 작업들, 각종 포스터와 책 표지 작업을 수록하였습니다.
5. 양념장 - 미니홈피의 스킨이나 개인적인 선물 등 이런저런 목적으로 자잘하게 쓰였던 작은 그림들과, 그에 관련된 짤막한 에피소드나 감상을 모아놓은 장입니다.
6. 화초장 - ‘화초장’이란 사전적 의미로 ‘문짝에 유리를 붙이고 꽃무늬를 채색한 의장(衣欌-옷장)을 뜻하지만, 판소리 ’흥부전‘에서는 욕심쟁이 놀부가 부자가 된 흥부로부터 탐을 내어 빼앗아 갈 만큼 외관이 예쁘고 화려한 재산을 상징합니다. 이 책에서는 ’화초장‘과 같이 아름다운-단, 필자의 주관적 시점이 다분히 개입된-미녀 그림을 모아놓은 공간을 뜻합니다.
7. 오락장 - 예전 어른들은 ‘전자오락실’을 ‘오락장’이라고들 하셨죠. 그 시절 우리는 스스로가 아닌 다른 이가 만들어놓은 게임을 하면서 즐거워했듯, 비록 창작은 아니지만 혼자 그리면서 정말 재미있고 즐거웠던 사진모사 습작과 지인들께 선물한 그림들을 모아놓은 공간입니다.
8. 부록 - Painter 프로그램으로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튜토리얼)입니다. 별 다른 부연 설명 없이 그림 과정만 수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