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란 어떤 학문일까? 대개의 사람들은 심리학을 ‘사람의 마음을 읽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며, 각각 다양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실제로 서점에 가보면 사람의 마음을 읽기 위한 심리학 책이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현실의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을 읽기 위한 학문이 아니다.
실제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엄밀한 방법론에 근거한 과학이며, 더 근본적인 문제, 즉 불가사의한 인간의 다양한 행동 법칙을 밝히는 것이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을 취하며, 왜 그런 행동을 취하는 걸까? 어떤 식으로 환경을 인지하고 기억하며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걸까? 인간의 시스템은 태어나면서부터 완성되어 있는 걸까, 아니면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져 가는 것일까? 시스템이 잘 돌아가지 않는 것, 즉 정신 질환은 어떤 때 발생하는 것일까? 또 이것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처럼 인간의 행동에는 많은 불가사의가 존재하는데, 이를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방법론에 의해 법칙으로써 밝히는 것이 심리학의 역할이다.
사람의 마음 밑바닥을 상상하거나 추측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심리학자는 실험이나 조사에서 얻은 증거가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추론하고 논리를 구성하며, 그 이론에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지, 논리의 비약이 없는지를 항상 염두에 두면서 연구를 진행한다.
일본의 심리학자들이 모여 새로 써내려간 올 컬러 본격 비주얼 심리학 가이드
이 책은 심리학계의 일류 전문가들이 모여 핫한 토픽을 알기 쉽게 도감 형식으로 해설하였으며, 인생을 제대로 살아내는 데 필요한 도움말을 알차게 담았다.
심리학의 주요 영역인 인간의 인지와 행동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인지심리학, 성장과 나이에 따른 변화를 연구하는 발달심리학, 집단으로서의 인간을 연구하는 사회심리학, 인간 행동의 부적응에 대해 연구하는 임상심리학 그리고 최근 들어 발달이 현저한 뇌신경과학적인 접근에 의한 심리학 연구와 진화심리학 중에서 주요 주제와 새로운 견해가 속속 보고되고 있는 화제 100가지를 골라 구성했다.
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고등학생 정도의 젊은 사람들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기 쉽게 풀이하였으며, 심리학 분야에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있는 독자들도 만족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점과 견해도 담았다.
■ 책 속으로...
사람은 어떻게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메커니즘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마음 이론을 연구한 사이먼 바론 코헨은 뭔가 생물적인 기반을 가진 ‘타인의 마음 검출기’와 같은 장치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했다. 바론 코헨이 생각한 장치 일부를 담당할지도 모르는 것이 뉴런이다. 그리고 신생아 모방(공명 동작)이라고 불리는 현상은 이것이 신생아기에서 시작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 누구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신생아 모방을 알 수 있는 예로는 표정 모방이 있다. 아기는 자신과 마주치는 어른의 표정을 주목한다. 어른이 혀를 내밀면 자신도 혀를 내밀고, 어른이 입을 벌리면 자신도 입을 벌린다. 찌푸린 얼굴을 하면 자신도 찌푸린 얼굴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생후 1개월 정도부터 나타나는데, 이윽고 의도적인 모방을 하게 되면서 없어진다. 누구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득적으로 타인에게 공감하는 장치를 마음에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장치는 인류뿐 아니라 원숭이에게서도 볼 수 있다. 검정짧은꼬리원숭이의 새끼를 어른이 안고 마주 보며 어른이 혀를 내밀면 새끼 원숭이도 마찬가지로 혀를 내민다. 이와 같은 현상은 침팬지에게서도 확인되고 있다. 어쩌면 이 장치가 유인원이 사회성을 갖추는 과정 중 비교적 빠른 단계에서 획득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기는 기쁨과 슬픔, 놀람의 표정을 재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알려져 있다. 이것은 단순히 표정을 흉내 낼 뿐 아니라 타인이 경험하려고 하는, 혹은 경험하고 있을 내용을 선취적으로 자기 자신의 경험처럼 느끼는 것, 즉 공감이 행해지고 있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 아기의 공감
아기의 공감에 대해 일본에서는 야스다 마사토(保田正人)라는 발달심리학자가 소개한 레몬을 이용한 실험이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는 야스다 마사토의 에피소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홋카이도대학 가와다 마나부(川田学) 교수가 행한 실험을 소개한다. 가와다 교수는 14명의 아기(생후 5~7개월)를 대상으로 실험을 시행했다. 먼저 어른이 아기의 주의를 끌면서 레몬을 입에 무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어른은 실제로 레몬을 입에 물고 있지만 표정은 포커페이스로 일관했다. 즉 표정의 모방을 할 수 없다.
아기의 반응은 어땠을까? 아기 7명은 사전에 레몬을 입에 물고 새콤한 표정을 지은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 아기 중 3명은 얼굴을 찌푸리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레몬을 입에 문 경험을 하지 않은 7명의 아기에게는 이와 같은 반응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레몬이 새콤하다는 경험을 하지 않으면 눈앞의 어른의 표정과 상관없이 찡그린 표정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얼굴을 찌푸린 3명의 아기는 레몬은 새콤하니까 입에 물고 있는 어른은 새콤한 게 틀림없다는 연상을 이미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실증하려면 더 많은 실험을 해야 하지만 이 가능성 자체는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생후 얼마 되지 않은 유아가 어른이 말을 거는 리듬에 맞춰 사지를 동기시켜 움직이는 동조(entrainment)라고 부르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어, 뭔가 공감으로 이어지는 생득적인 장치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공감 체험에 감정적인 충족감이 수반된다는 것도 시사하고 있다.
신생아 모방은 사람이 사회 속에서 진화한 사회적 존재라는 것, 즉 사람이 사회를 만든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사회를 만들 수 있게 진화된 존재라는 것을 시사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62~63p 중에서
■ 지은이
오치 케이타(越智啓太)
호세이대학 문학부 교수. 전 경시청 과학수사연구소 연구원. 임상심리사. 전문은 범죄 심리학과 인지심리학. 저서에는 《미인의 정체》, 《사례로 배우는 범죄 심리학》, 《만들어지는 거짓기억》, 《연애의 과학》, 《범죄 수사의 심리학》 등이 있다.
■ 옮긴이
김선숙
전문번역가. 대학에서 일문학을,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후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했다. 옮긴 책으로는 《그림으로 설명하는 개념 쏙쏙 통계학》, 《HTML5 &CSS3 웹 표준 디자인 강좌》, 《대화의 심리학》, 《삼류 사장이 일류가 되는 40가지 비법》, 《어릴 때부터 철학자》, 《만화로 쉽게 배우는 기술영어》, 《만화로 쉽게 배우는 면역학》, 《손정의 비록》, 《90세 작가의 유쾌한 인생 탐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