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는 아이들이 읽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잠시 접어 두자. 이 책에 실린 구스타브 도레의 생생한 삽화를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라 퐁텐 우화』는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것이다. 말하는 동물이 등장하기 것일 뿐, 그들을 사람으로 바꿔 보면 이 모든 이야기는 섬뜩하리만치 현실적이다.
우화는 그 어떤 문학 장르보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데다 속뜻 역시 가볍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우화가 ‘아이들이 읽는 교훈적인 이야기’ 정도로 폄하된 것은, 오히려 어렵지 않은 어투로 ‘현실을 직시하는 힘’과 ‘세상을 사는 지혜’를 이야기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화의 장점은 ‘읽기 어렵지 않다’는 데 있다. 장문의 텍스트에 약한 현대인에게 우화는 인문학적 교양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좀 더 적극적인 책읽기를 가능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저자 다니구치 에리야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넘어 끊임없이 독자에게 생각을 하라고 참견한다. 그에 대한 답을 고민하다 보면 눈앞에 드러나지 않은, 문제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고민하는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일방통행으로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능동적으로 책을 읽게 된다. 이야기 하나의 길이가 짧다 보니 그 과정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천재 화가 구스타브 도레의 삽화를 220점이나 수록해 보는 재미와 소장 욕구를 만족시킨 것 역시 이 책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출판사 리뷰
수천여 년에 걸쳐 쌓아 올린 지혜의 집합체
이 책을 읽고 나면 ‘우화는 아이들이 읽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게 될 것이다. 라 퐁텐은 우화를 ‘마지막에 온 사람도 주워 갈 것이 있는 풍부한 밭’이라고 말했다. 기원전 6세기 이솝이 일구기 시작한 이 밭은 이미 이솝이 살았던 시대 이전에도 구전으로 존재했다. 수천여 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누군가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화가 읽고 즐기는 심심풀이가 아니라 앞서 살았던 이들의 지혜를 담은 그릇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털고 현실을 직시하는 힘을 주며 미래를 고민하게 하는 살아 숨 쉬는 우화의 힘이다. 또한 기존의 우화 모음집이 ‘교훈’과 ‘풍자’에 초점을 맞춘 데 반해, 이 책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데 관심을 둔다. 또한 이야기 뒤의 이야기를 직접 써 보게 함으로써 보다 고차원적인 인문학적 사고를 가능하게 해 준다.
소장 욕구를 부르는 천재 화가 구스타브 도레의 삽화
고흐가 ‘최고의 민중화가’라고 칭송하기도 한 구스타브 도레는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도 10대 때부터 그 재능을 인정받은 천재 화가다. 그의 그림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특유의 독특한 화풍에 빠져 들게 될 것이다. 도레는 『라 퐁텐 우화』의 삽화를 그리면서 단순히 장면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명작을 재탄생시켰다. 이 책에 실린 220점의 삽화는 얼핏 보면 괴기스럽기까지 하지만 그 섬세한 터치와 표현, 환상적인 분위기는 그야말로 ‘도레답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의 팬이라면 당연히 ‘소장각’이다.
상상의 자유를 만끽하는 여유로운 시간
인문학적 지식을 쌓는 데 고전 읽기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교양 지식을 쌓겠답시고 고전을 읽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이 가득한 책장을 보면 한숨부터 나오고, 여유가 생길 때 읽어야지 하는 책들은 한두 권이 아닐 것이다. 독서는 노동이 아닐진대, 책장을 펴기 전부터 지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 480쪽에 달하는 두께에 놀랄 필요는 없다. 짧은 호흡의 이야기라 하루 100~200쪽을 읽는 데도 전혀 부담이 없다.
목차
한국어판을 내면서
PART 1 현실을 직시하는 힘-시대에 관계없이 중요시해야 할 가치에 대해
첫 번째 이야기개미와 매미
두 번째 이야기까마귀와 여우
세 번째 이야기황소처럼 커지고 싶었던 개구리
네 번째 이야기늑대와 개
다섯 번째 이야기도시 쥐와 시골 쥐
여섯 번째 이야기인간과 동물들
일곱 번째 이야기불행한 남자와 죽음의 신
여덟 번째 이야기나무꾼과 죽음의 신
아홉 번째 이야기늑대와 두루미
열 번째 이야기비평가들에게(막간의 잡담)
열한 번째 이야기사자와 생쥐
열두 번째 이야기비둘기와 개미
열세 번째 이야기독수리가 되려고 한 까마귀
열네 번째 이야기여자가 된 고양이
열다섯 번째 이야기목동이 된 늑대
열여섯 번째 이야기이솝 우화
열일곱 번째 이야기사자와 사냥한 당나귀
열여덟 번째 이야기여우와 포도
열아홉 번째 이야기당나귀와 강아지
스무 번째 이야기나무꾼과 헤르메스
스물한 번째 이야기쇠 항아리와 흙 항아리
스물두 번째 이야기농부와 아들들
스물세 번째 이야기태산의 해산
스물네 번째 이야기두 의사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황금 알을 낳는 닭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사자의 모피를 뒤집어쓴 당나귀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우화와 사람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혈통을 자랑하는 노새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주인을 잘못 만난 당나귀
서른 번째 이야기진창에 빠진 마차
서른한 번째 이야기운명적인 만남
서른두 번째 이야기젊은 미망인
서른세 번째 이야기질병에 걸린 동물 왕국
서른네 번째 이야기아가씨와 우유 단지
서른다섯 번째 이야기닭들의 싸움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새끼족제비와 새끼토끼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죽음의 신과 남자
서른여덟 번째 이야기부자와 구두 직공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사람과 언어
마흔 번째 이야기사람과 비밀
마흔한 번째 이야기두 친구
마흔두 번째 이야기사람과 사람
마흔세 번째 이야기쥐와 코끼리
마흔네 번째 이야기현명한 사람과 돈 많은 사람
PART 2 세상을 사는 지혜-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할 가치에 대해
첫 번째 이야기두 마리의 노새
두 번째 이야기송아지와 새끼염소, 새끼양의 회사
세 번째 이야기제비와 참새
네 번째 이야기늑대와 새끼양
다섯 번째 이야기떡갈나무와 갈대
여섯 번째 이야기쥐들의 회의
일곱 번째 이야기들개와 집개
여덟 번째 이야기화살 맞은 새
아홉 번째 이야기당나귀 두 마리와 상인
열 번째 이야기토끼와 개구리
열한 번째 이야기도레의 상상력
열두 번째 이야기왕을 원한 개구리
열세 번째 이야기여우와 염소
열네 번째 이야기술주정뱅이의 아내
열다섯 번째 이야기통풍과 거미
열여섯 번째 이야기늑대와 황새
열일곱 번째 이야기닭과 진주
열여덟 번째 이야기사자를 이긴 사람
열아홉 번째 이야기백조와 거위
스무 번째 이야기늙은 사자
스물한 번째 이야기제비와 휘파람새
스물두 번째 이야기물에 빠져 죽은 여자
스물세 번째 이야기광에 갇힌 족제비
스물네 번째 이야기사람을 사랑한 사자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양치기와 바다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파리와 개미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사냥터가 되어버린 농장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쥐와 족제비의 전쟁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허풍쟁이 원숭이
서른 번째 이야기공작의 깃을 주운 까마귀
서른한 번째 이야기사자에게 바칠 공물
서른두 번째 이야기새끼염소의 지혜
서른세 번째 이야기소크라테스의 집
서른네 번째 이야기사티로스와 사람
서른다섯 번째 이야기말과 늑대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운명의 여신과 어린아이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독수리와 올빼미
서른여덟 번째 이야기성자의 유해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산포도나무와 사슴
마흔번째 이야기사람의 집으로 이사 온 뱀
마흔한 번째 이야기곰과 두 사람
마흔두 번째 이야기북풍과 태양
마흔세 번째 이야기닭과 고양이와 새끼쥐
마흔네 번째 이야기노인과 당나귀
마흔다섯 번째 이야기아름다운 수사슴
마흔여섯 번째 이야기토끼와 거북
마흔일곱 번째 이야기사람과 뱀
마흔여덟 번째 이야기매와 종다리와 사냥꾼
마흔아홉 번째 이야기말과 당나귀와 여행자
쉰 번째 이야기백로와 먹이
쉰한 번째 이야기아가씨의 신랑감
쉰두 번째 이야기동물들의 재주
쉰세 번째 이야기행운의 여신과 두 남자
쉰네 번째 이야기점쟁이와 손님
쉰다섯 번째 이야기뱀의 대가리와 꼬리
쉰여섯 번째 이야기약속을 깬 늑대와 여우
쉰일곱 번째 이야기이에게 물린 사람
쉰여덟 번째 이야기돼지와 염소와 양과 짐차
쉰아홉 번째 이야기사자 왕비의 장례식
예순 번째 이야기점쟁이의 말을 믿은 사람
예순한 번째 이야기신부와 관
예순두 번째 이야기당나귀와 개
PART 3 꿈을 꾸는 힘-새로운 시대에 상응하는 가치에 대해
첫 번째 이야기거울 속의 자기 얼굴
두 번째 이야기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용
세 번째 이야기도둑과 당나귀
네 번째 이야기아이와 선생님
다섯 번째 이야기말벌과 꿀벌
여섯 번째 이야기늑대와 여우의 싸움
일곱 번째 이야기황소와 개구리
여덟 번째 이야기박쥐와 족제비
아홉 번째 이야기독수리와 쇠똥구리
열 번째 이야기사자와 쇠파리
열한 번째 이야기우물 속에 빠진 점쟁이
열두 번째 이야기수탉과 여우
열두 번째 이야기수탉과 여우
열세 번째 이야기공작의 호소
열네 번째 이야기밀가루 상인과 당나귀
열다섯 번째 이야기독수리와 멧돼지와 고양이
열여섯 번째 이야기늑대와 양
열일곱 번째 이야기고양이와 쥐
열여덟 번째 이야기우상을 때려 부순 남자
열아홉 번째 이야기낙타와 사람
스무 번째 이야기개구리와 쥐
스물한 번째 이야기사슴과 말
스물두 번째 이야기여우와 조각상
스물세 번째 이야기어리석은 늑대
스물네 번째 이야기아버지가 남긴 교훈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아폴론을 시험한 남자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전 재산을 도둑맞은 구두쇠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외양간으로 도망쳐 온 사슴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현명한 종다리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낚시꾼과 작은 물고기
서른 번째 이야기토끼와 귀
서른한 번째 이야기여우와 꼬리
서른두 번째 이야기노파와 두 아가씨
서른세 번째 이야기토끼와 산비둘기
서른네 번째 이야기대지의 신과 젊은 농부
서른다섯 번째 이야기원숭이와 왕관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개구리와 태양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병든 사자와 여우
서른여덟 번째 이야기고깃덩어리를 놓친 개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우두머리 쥐의 은둔
마흔 번째 이야기왕을 속인 장사꾼
마흔한 번째 이야기말썽꾸러기 세 천사
마흔두 번째 이야기세 가지 소원
마흔세 번째 이야기독수리와 전쟁
마흔네 번째 이야기파리와 마차
마흔다섯 번째 이야기행운의 여신
마흔여섯 번째 이야기달 속의 토끼
마흔일곱 번째 이야기심부름하는 개
마흔여덟 번째 이야기재담꾼과 생선
마흔아홉 번째이야기여행을 떠난 쥐
쉰 번째 이야기정원사와 곰
쉰한 번째 이야기상인과 술탄
이 글을 마치면서
저자
✚저자 소개
지은이_다니구치 에리야 谷口江里也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로서 ‘상상’과 ‘표현’, ‘변화’를 주제로 다채롭게 활동한다. 일본에서 태어나 요코하마국립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건축, 인테리어, 무대미술, 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독자적인 공간창조 개념을 표현했다. 주요 저서로 『신곡』, 『구약성서』, 『부드러운 여신』, 『물의 언어』, 『바람의 기억』 등이 있으며, 『구스타브 도레』, 『쟈크 카로』, 『그란빌』 등 화집이 있다.
그린이_구스타브 도레 Gustave Doré
‘세계 고전을 독특한 상상과 구도로 구상화한 근대 일러스트레이션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그는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석판화를 배웠으며, 파리에서 발간되는 한 풍자잡지에 삽화를 그리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유행한 화풍을 배격한 채 정확한 소묘력과 극적인 구도로 환상과 풍자의 세계를 독특하게 구현해냈다. 그는 클래식한 장엄미, 디테일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절묘하게 녹여낸 삽화로 세계 명작의 판화본을 계획하고 제작에 들어갔다. <신곡>을 시작으로 <성서>, <돈키호테>, <실락원>, <라 퐁텐 우화> 등으로 이어지는 이 시리즈는 단순한 삽화의 개념을 넘어 명화에서 깊이와 울림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며, 고전에 상상력을 가미하여 삽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신곡>, <돈키호테>, <실락원>, <성서>, <십자군의 역사>, <국왕목가>, <라 퐁텐 우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