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305편의 시경 중, 사랑 노래로 분류한 총 30편의 노래를 통하여 3,000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 속에 묻혀 있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게 하였다. 또 인간 본연의 감정 중에서 가장 순결하고 고귀한 사랑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히며 시작한다.
그동안의 시경 해설서는 솔직하지 못했다. 그 시절 선비와 남성들의 위선 때문에 다양한 해석들이 백가쟁명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런 과거의 위선을 제외시킨 채, 독자들이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감상하도록 해석하였으며, 작품과 번역, 뜻풀이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읽기 어려웠던 기존의 시경 해설서와는 달리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또 작품 속 등장하는 소재들을 어떤 식으로 내용과 연관 지어서 읽어야 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과 작품 속 역사적 배경을 자세하게 설명하여 시경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였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시경 해설서의 탄생인 것이다.
사랑의 설렘과 기쁨부터. 사랑을 잃어버린 슬픔과 분노, 그리고 하염없는 기다림까지의 다양한 감정이 묻어있는 시경 속, 사랑 노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경, 사랑 노래를 읽다’는 오늘날에도 크게 변함이 없는 사랑으로 인한 기쁨과 슬픔, 분노와 회한의 여행길로 당신을 초대하고 있다.
■ 책속으로
시집가는 이 아이, 그 집에서 잘 살았으면.
之子于歸, 宜其室家. 지자우귀, 의기실가.
지자(之子)는 ‘이 아가씨’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딸’을 지칭하고 있습니다. 귀(歸)는‘시집가다’라는 뜻입니다. 당시의 결혼은 여자가 남자 집에 들어가서 사는 것을 의미하였기 때문입니다. 의(宜)는 ‘화목하다’, ‘잘 지내다’라는 뜻으로 딸이 남편은 물론 그 집 어른들과도 화목하게 잘 지내기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1선 결혼하는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 (도요 桃夭) 中
박에는 쓰디쓴 잎이 달려있네, 강물은 깊거나 얕은데. 물이 깊으면 배를 타고, 얕으면 옷을 걷고 걸어서 건너면 되지.
匏有苦葉, 濟有深涉. 포유고엽, 제유심섭. 深則厲, 淺則揭. 심즉려, 천즉게.
노래하는 여인은 지금 나루터에 서 있습니다. 그녀의 눈에 먼저 주막 또는 자신이 머물고 있는 여관 지붕 위에 박이 보입니다. 여기서 박을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이 여인은 박이 아닌, 박에 달린 잎사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박이 눈에 들어오기 보다는 그 잎의 쓰디쓴 맛이 노래하는 여인의 마음인 것이지요. -제5선 남들은 건너지만 나는 건너지 않네 (포유고엽 匏有苦葉) 中
산에는 멋들어진 나무 , 늪에는 예쁜 연꽃. 잘생긴 남자 못 만나고, 어찌 미치광이 만났는가!
山有扶蘇, 濕有荷華. 산유부소, 습유하화. 不見子都, 乃見狂且. 불견자도, 내견광차.
산에는 구부러진 나무에서부터 볼품없이 휘어져 버린 나무까지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는 가지 많은 늠름한 나무도 있습니다. 가지가 무성하게 늘어진 멋진 나무를 일컬어 ‘부소(扶蘇)’라고 합니다. 나무 종류의 이름이 아니고 그런 나무를 부소라 부르는 것입니다. 이 부소는 2절의 ‘교송(喬松)’과 대응하여 연결됩니다. -제13선 내 짝은 왜 이리도 (산유부소 山有扶蘇) 中
동문 밖 흰 느릅나무, 언덕에 상수리나무. 자중씨네 아들, 그 아래서 춤추네 .
東門之枌, 宛丘之栩. 동문지분, 완구지허. 子仲之子, 婆娑其下. 자중지자, 파사기하.
자중(子仲)은 ‘성씨 중의 하나’이며, 흔한 성씨를 특별한 의미 없이 노래에 담았다고 보아야 합니다. 여기서의 자(子)는 정현(鄭玄)의 해석에 따라 ‘아들’로 해석하였습니다. 2절과 대비해서 아들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젊은 남녀들이 일하지 않고 놀러 나와 춤을 추는 상황을 노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24선 산초 한 줌을 손에 쥐여 준 뜻은 (동문지분 東門之枌) 中
■ 출판사 서평
3,000년의 세월을 두고도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 ‘사랑’
10년 전의 과거는 오늘과 다르며, 10년 후의 미래 또한 오늘과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3,000년 전의 오늘은 어땠을까? 아마 빽빽한 건물 대신 초록빛의 자연이, 도로를 가득 채운 사람들과 자동차 대신 말과 수레를 타며 지내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3,000년의 세월은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그러나 그 수많은 것들 중, ‘사랑’이란 감정은 변하지 않고 그 시간 그대로 남아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아프게 한다. 오랜 세월이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지만, 유일하게 사랑이란 감정은 바꾸어 놓지 못한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30편의 사랑 노래는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상대방으로 인한 안타까움과 연정, 아름다움과 애타는 마음, 그리고 흐느낌과 절규를 노래하고 있다. 또 사랑이란 타인으로 인한 감정의 발산이란 것을 3,000년 전의 사람들도 느꼈으며, 변하지 않고 우리에게까지 이어져 온 유일한 감정이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울러 소년과 소녀부터, 처녀와 총각, 그리고 부부간의 사랑 이야기가 오늘날의 드라마처럼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저자는 시경에 수록된 사랑 노래를 당시의 감정으로 숨김과 보탬 없이 읽어야 그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동안 위선과 가식으로 억지 해석되었던 시경 해설서와는 다르게 노래하는 이의 진실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아 더욱 생생하게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랑에 들뜨고, 때로는 그 사랑 때문에 밤을 지새우고, 한숨을 쉬며, 다른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는 경험을 3,000년 전의 사람들도 했다는 것을 확인하며, 시경 속에 감추어진 절절하고 애달픈 사랑 이야기는 메마른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슴에 단비가 되어 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 저자 소개
목영만
전 행정안전부 차관보,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현 건국대학교 초빙교수, (사)공공나눔 공동대표
저서 <신뢰의 발견>, <능소화 부럽구나>, <서울을 서울답게>
목차
■ 차례
들어가며
제1선_결혼하는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 제2선_올라갈 수 없는 나무, 교목 제3선_매실 열매에 담긴 뜻 제4선_가만가만 천천히 하세요 제5선_남들은 건너지만 나는 건너지 않네 제6선_흐린 물이 흐린 것은 맑은 물을 만났기 때문 제7선_풋풋한 사랑의 노래 제8선_뽕나무밭 가운데서? 젊은 남녀들의 합창 제9선_죽을 때까지 함께하자던 말, 그 말이 날 더 화나게 해 제10선_우리 집 담장 넘지 마세요 제11선_그대 없는 텅 빈 도시 제12선_닭이 우네요 제13선_내 짝은 왜 이리도 제14선_너 없이도 살 수 있어! 제15선_치마를 걷어 올리고 제16선_이루지 못한 사랑이 더 아쉬워 제17선_가까이 있지만 멀리 있는 그대 제18선_일일여삼추 제19선_아내에게 바치는 최고의 찬사 제20선_이슬방울 맺혔는데! 제21선_사랑의 정표, 작약 제22선_동쪽 하늘 해가 밝았네 제23선_신랑 신부가 부르는 결혼 축가 제24선_산초 한 줌을 손에 쥐여 준 뜻은 제25선_남자의 자존심, 상대방은 눈길도 주지 않는데 제26선_버드나무 아래서 제27성_사랑의 경쟁자는 도처에 제28선_달빛에 비친 근심 제29선_연꽃과 부들은 저리도 사이좋게 자라는데 제30선_연회의 배경음악, 사랑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