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 경제,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에도 기업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연구가 진행된다고 해도 인간의 중재 없이 스스로 굴러가는 것처럼 기록된다. 이는 사람이 포함되면 기업의 역사는 칭송 일색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기록적이고 문서적인 역사, 문화 분석을 바탕으로 하면서 인류학자의 사람 중심적인 다국적 자본주의 연구, 지역의 관점과 관행, 권력과 저항의 상호작용 등을 함께 다룬다. 이 과정을 거치며 저자는 코카-콜라의 자취를 따라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의 지도를 그린다.
따라서 이 책은 코카-콜라라는 기업의 역사인 동시에,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의 변화 과정을 담은 역사서이기도 하다. 코카-콜라가 만든 프랜차이즈 시스템과 보틀링 공장의 현지화 과정, 마케팅을 통한 현지 기업 장악 등의 내용도 자세히 소개한다. 전 세계인이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동시에 어떤 사회, 문화적 영향을 받았으며, 그들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세계 경제 변화의 출발점
코카-콜라는 자유개발주의에서 국가발전주의로, 이어 신자유주의로 변화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살펴보기 위한 이상적 출발점이다. 변화의 상징적 대변인 역할을 한 코카-콜라사는 현대 자본주의의 진화하는 경제 논리와 이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코카-콜라의 글로벌 시스템을 구성하는 유형재 생산과 무형재 생산이라는 상호 연결된 구조, 기업과 비판적 행위자의 상호 연결된 행동과 구상이라는 두 가지 역동적 관계를 따라가면 현대 글로벌 자본주의의 역사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책은 그 안에 담긴 복잡한 서사를 밝히고자 노력했다.
기업의 발전을 통해 본 세계 경제 시스템의 변화
기업을 중심에 두고 글로벌 자본주의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한 것도 특징이다. 복잡한 조직인 기업이 현대 학계를 구분 짓는 국가적·학문적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은 코카-콜라라는 기업의 발전 과정 속에서 세계의 시스템이 어떻게 재편되고,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다룬다.
코카-콜라사의 음료와 브랜드, 사업은 기업을 통해 생산되었지만 이를 ‘The Real Thing’으로 만드는 힘은 소비자, 지역사회, 노동자와 협력하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 책은 글로벌 자본주의를 형성하고 대변하는 힘이 도전을 받고 있으며, 이런 경쟁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현대의 역사가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목차
PROLOGUE 머리말
PART 1
코카-콜라 보틀링 시스템과 프랜차이즈의 논리
PART 2
코카-콜로니제이션을 중재하다
국가 발전과 코카-콜라의 전후 세계화 중재하기
PART 3
“전 세계에 코카-콜라를 사주고 싶다”
‘The Real Thing’과 1960년대의 혁명
PART 4
인도화하거나 인도를 떠나라
국수주의자, 포스트식민주의 인도에 도착한 코카-콜라를 반대하다
PART 5
모든 병마다 있는 사람
콜롬비아 코카-콜라 보틀링 공장의 노동과 신자유주의적 폭력
PART 6
코카-콜라가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물
신자유주의 인도에서의 제품화, 소비, 환경 문제
PART 7
CSR: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적인 사회 저항
끝나지 않은 싸움
Thanks to 감사의 글
축약
주석
참고문헌
저자
◽ 저자 소개
저자 어맨다 시아폰
브라운 대학교에서 미국문명 문학사 학위를, 예일 대학교에서 미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디어 영화학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중남미 카리브해 연구 센터, 비판과 해석론 단체와 협업 연구를 진행했으며, 고등연구센터 펠로우, 일리노이 대학교 인문학 연구 프로그램 펠로우를 수행했다. 미디어 대학에서 미디어와 영화 학부 교수상, 일리노이 대학의 연구 교수상 등을 수상했다.
자본주의 문화사학자로서 특히 문화산업과 경제적,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의미 구축과 미디어에 관심을 많이 가진 연구자이다. 그녀의 연구와 가르침은 세계, 특히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 경제, 문화와 미디어 산업, 사회 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닿아 있다. 첫 저서인 이 책은 코카-콜라 컴퍼니와 다국적 기업 주변의 정치, 문화적 대표성, 사회운동을 고찰한다.
그녀는 현재 기술과 노년층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이는 노화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는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번역 이지민
책이 좋아, 글이 좋아 5년 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번역가가 되었다. 고려대학교에서 건축공학을,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번역을 공부했으며 현재는 뉴욕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틈틈이 번역을 하고 있다. 《철도, 역사를 바꾸다》, 《멋진 건축이야기》, 《쉿! 방해하지 마》, 《미운 오리 티라노》, 《너의 사춘기를 응원해》, 《긱 이코노미》, 《어반하우스》, 《마이 시스터즈 키퍼》, 《망각에 관한 일반론》, 《시간여행자를 위한 고대 로마 안내서》 등 서른 권 가량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저서로는 《그래도 번역가로 살겠다면(전자책)》, 《어른이 되어 다시 시작하는 나의 사적인 영어 공부(전자책)》가 있다.